[서평] 시장의 마법사들 - 성공 투자를 위한 매매의 심리학
오늘 리뷰할 책은 잭 슈웨거(Jack D. Schwager)라는 선물 트레이더가 쓴 투자의 고전인 [시장의 마법사들(Market Wizards)]입니다. 이 책은 미국에서는 1989년에 처음 출간되었고, 한국에서는 2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2008년에 번역본이 처음 나왔습니다. 첫 출간 이후 리뷰를 쓰는 2019년 현재 기준으로 딱 30년이 지났으니, 발빠르게 움직이는 투자업계에서는 고전이라고 봐도 무방하겠죠.
사실 저는 이 책의 대부분의 챕터를 스킵하고 매매의 심리학을 다루는 5부의 내용과, 머리말 & 꼬리말을 중심으로 보았습니다. (책에 대한 광범위한 리뷰를 기대하셨던 분들께는 [뒤로 가기] 버튼 클릭을 추천드립니다) 책이 오래된 탓에 당시 투자자들의 구체적인 경험과 전략들이 현재의 시장 상황에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거라고 생각했고, 초보 투자자인 제 입장에서는 30년 전의 상황에 overfitting된 투자 전략을 참고했다가 오히려 나쁜 영향을 받을까봐 좀 걱정되더라구요.
하지만 매매를 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1989년이나 2019년이나 크게 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첨단 기술들이 등장하고 [시장의 마법사]를 포함한 좋은 투자 저서들이 시장에 많이 풀렸지만, 인류라는 종의 심리적인 매커니즘이 근본적으로 진화하기에는 30년이라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5부의 내용에서 제시하는 성공한 트레이더들, 그리고 실패하는 트레이더들이 보이는 심리적 패턴에 대한 분석은 충분히 참고할만하다고 생각했고, 해당 챕터를 위주로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매매의 심리학
우선 기술적인 트레이딩에서 명심해야 하는 대전제는 일반적으로 자산 가격에는 추세가 있어서 오르고 있는 자산은 더 오르고, 빠지고 있는 자산은 더 빠지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입니다.(물론 timeframe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좀 달라질 수는 있겠지요) 현대에 소위 모멘텀 투자라고 불리는 기법들이 이런 자산 가격의 추세를 이용하는 방법론입니다.1. 실패를 부르는 매매 패턴
[시장의 마법사들] 5부에서는 성공한 트레이더들 뿐만 아니라 실패한 트레이더들이 흔히 보이는 심리적 패턴들에 대해서 언급하는데, 자산 가격에 추세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나면 왜 이런 패턴들이 왜 투자 실패로 이어지는지를 더 빠르게 캐치할 수 있습니다.- 패턴 1: 작은 이익을 빨리 실현하려는 유혹에 빠진다: 자산 가격이 지금 오르고 있다면 이 추세를 타고 자산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너무 빨리 이익을 실현하려고 들면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될 확률이 높죠.
- 패턴 2: 손절하지 못한다: 주변에서 굉장히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례죠. 보유한 주식의 가격이 추락하는데도 "언젠가는 다시 오르겠지..." 하면서 물타기하다가 크게 손해를 보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손절이 필요한 이유도 사실 추세 때문입니다. 한번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한 자산은 추세를 타고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두가지 패턴을 조합하면 벌 때는 조금 벌고, 잃을 때는 크게 잃는다는 필패의 전략이 발생합니다. 짝수가 나오면 벌고 홀수가 나오면 잃는 주사위 게임을 하는데, 짝수인 눈이 한 면밖에 없는 주사위를 쓰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거지요.
그리고 맥락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정말 중요한 또 하나의 패턴이 있습니다.
- 패턴 3: 스트레스 관리에 실패하여 군중의 전략을 맹목적으로 추종한다
하워드 막스가 예전에 [투자에 대한 생각]에서 피해야 할 투자방식으로 꼽았던 패턴입니다. 하워드 막스는 시장에서 심리적으로 거리를 두고 군중들을 관찰하는 듯한 마인드로 투자할 것을 강조했는데 ("2차적 사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 스트레스와 관련된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차기 때문에, 이런 식의 비판적 사고에 필요한 충분한 두뇌 영역을 확보하지 못하게 됩니다. 대신 판단을 유보해버리거나, 다른 사람들을 그냥 추종하면서 1차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 투자를 하게 되지요.
2. 실패를 피하기 위한 매매 패턴
그렇다면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매매 패턴들을 피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위의 패턴들은 인간의 오랜 본능인 손실 회피 성향과 두뇌 자원 부족이라는 깊은 뿌리가 있기 때문에, 그럴만한 상황이 오면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본능에 이끌려 잘못된 매매의 늪에 빠지기 쉽습니다. 바꿔 말하면, 투자를 할 때 인간으로서의 본능에 저항하고 관리하는 것이 성공적인 투자의 첫걸음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시장의 마법사들]의 언급에 따르면, 성공적인 트레이더들은 공통적으로 이러한 인간의 본능을 거스르기 위한 전략들을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전략 2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 전략 1: 트레이딩을 게임으로 생각한다: 트레이딩이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돈을 잃을 때도 딸 때도 있다고 생각할 수만 있다면 위의 3가지 패턴은 모두 피할 수 있습니다. 단기적인 손익에 너무 스트레스 받는 대신 이익은 길게 가져가고 손실은 바로 쳐내는 룰의 게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 전략 2: 자신을 제 3자의 시각으로 관찰한다: 투자 실패를 불러온 자신의 잘못된 투자 마인드를 직시해야 합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계획을 세우고, 미래에 자신이 실수를 극복하는 상황을 이미지 트레이닝, 혹은 정신적 리허설을 해서 실제 그 상황이 왔을 때 계획대로 행동할 수 있는 확률을 높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즉, 돈을 벌겠다고 달려들기보다는 오히려 트레이딩 자체를 점수를 올리는 핸드폰 게임인것 마냥 즐기면서 점수를 장기적으로 올리기 위해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세부 전략들이 5장에서 제시되었지만, 트레이딩=게임으로 생각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 대부분이라 여기서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정리
결국 트레이딩이든 다른 일이든 정말 잘 하고 싶다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임하느냐가 정말 관건인 것 같습니다. 운동을 시작하더라도 처음에 자세를 잘못 잡으면 나쁜 버릇이 들어서 교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이 책에서 좋은 출발점을 얻은 것 같아 정말 행운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조금은 초연한 마인드를 가지고 정상을 한번 노려봐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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