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 (2) - 2017~2018년 비트코인 열풍과 붕괴

이번 포스팅에서는 민스키 모델을 이용해서 한국의 비트코인 열풍에 대해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원래는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도 다뤄보려고 했는데, 거기까지는 시간이 여의치가 않네요 ㅠㅠ

비트코인의 역사와 가격 변동

먼저 비트코인의 역사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보겠습니다. 비트코인은 2009년에 처음으로 탄생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시장에 등장한 건 2013년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해에 키프로스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예금자들이 자산을 보존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였고, 동년 8월에 독일 재무부로부터 공식 화폐로서 인정받으면서 관심을 끌기 시작했습니다. 1,2

비트코인 가격은 2013년 이후 2014년 경에 잠시 출렁였다가, 2017년에 엄청난 폭으로 등락했습니다. 한국을 휩쓸었던 비트코인의 열기를 가늠해볼 수 있는 그림이죠. 2017년에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갔던 걸까요?

민스키 모델을 이용한 비트코인 열풍의 사후 분석



[그림 2. 2017~2018년 비트코인 열풍의 진행 과정]

상승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17년 4월에 일본에서 비트코인을 공식 화폐로 인정하겠다는 발표 이후였습니다. 2013년 독일 재무부에 이어 일본까지 비트코인을 공식 화폐로 인정하면서, 비트코인이 이제는 도박의 대상이 아니라 엄연한 자산이라는 인식을 투자자들에게 심어주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비트코인 투자도 건전한 투자로 재평가할 여지가 생기므로, 아마 투자자들 사이에서 장기적인 수익성에 대한 기대감도 개선이 되었을 것으로 추측이 되구요.(*저는 비트코인을 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당시 현장 분위기는 모릅니다.) 1편의 타임라인에서 제시한 첫번째 단계인 외부 호재에 따른 자산 수익률 개선과 가격 상승이 여기서부터 시작되었을 것입니다.

이후, 비트코인 시세는 4달에 걸쳐서 100% 넘게 상승하게 되고, 그러던 중 8월 3일에 CBOE가 비트코인 선물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공표합니다. 비트코인에 대한 거래 수요가 증가했다는 강력한 증거가 등장한겁니다. 이 시점에서는 이미 2번째 단계인 풍요감의 전염이 꽤 많이 진행된 이후였던 거죠. 제도권 금융이 비트코인에 대해 재차 긍정적으로 평가를 내렸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비트코인 가치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강화하는데도 기여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강력한 상승 모멘텀을 얻은 비트코인의 가격은 이후에 거침없이 상승합니다. CBOE의 발표 이후 4달간, 비트코인 가격은 1만 달러를 돌파하며 무려 8개월 전의 가격의 1000%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하게 되죠.

하지만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한건지 한국 금융 당국에서 규제의 신호를 보내기 시작합니다. 비트코인 파생상품의 국내 거래를 불허한거죠. 그래프를 보시면 12월 6일에 있었던 이 발표 이후 투자 심리가 다소 냉각되었는지 가격이 꽤 많이 하락한 걸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후에 시장은 관망세로 돌아서고 등락을 반복하게 됩니다. 4단계인 외부 악재로 인한 분위기 반전이 이루어진거죠.

불안하게 가격이 유지되던 중, 가격을 급반전시키는 결정타가 날아옵니다. 박상기 법무장관이 강력한 규제를 검토한다고 공표한 것이죠. 가상화폐의 거래 자체를 금지하거나 거래소를 폐쇄하는 수준까지 고려하겠다는 수위 높은 발언이어서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감독기관들과 합의가 덜 되었는지 다소 잡음이 있었지만, 곧이어 다른 기관들도 규제/관리안을 내놓으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합니다. 이후 기술적 반등이 몇번 있기는 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지금까지도 하락 추세를 유지하고 있구요. 열풍이 끝난겁니다.

민스키 모델에서 또 중요한 것이 상승/하강기의 신용 팽창 및 경색 과정입니다. 신용의 공급 변화는 가격의 상승/하락폭을 키우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신호입니다. 그 당시에도 신용이 팽창한다는 조짐이 이미 있었을까요?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그림 3. 2017년 1분기 ~ 2018년 3분기 가계대출 전년대비증감률(%) 추이]

일단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가계대출의 추이를 한번 살펴보죠. 전체적으로는 가계부채를 줄이려는 최근 정부의 정책 방향대로 가고 있고, 비트코인 때문에 대출이 늘었다는 증거는 이 자료에서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비트코인 열풍이 심했던 기간에 떨어지고 있죠. 다행히 전국 단위의 통계에 나타날 정도로 인생을 걸고 초고액 대출을 새로 받으면서까지 비트코인 투자를 하신 분은 그리 많지는 않았나봅니다.(물론 기존에 있던 적금이나 대출금을 썼을 수는 있습니다) 다음으로, 2017년 1월부터 2018년 3월까지 "비트코인"과 "대출"을 키워드로 대출을 이용한 투자가 있었는지에 대해 뉴스를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그림 4,5. 널려있는 신용 확대의 증거들]

대출을 받아서 가상화폐에 투자했던 사람들이 많았으며,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신용 확대를 경쟁적으로 추진했던 흔적이 매우 강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두번째 스샷을 보시면 9월에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투자금 모집과 대출을 전면 금지한 것을 보실 수 있는데, 신용을 이용해 투자를 한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는 간접적인 증거입니다. 이쯤부터는 이미 신용이 빠르게 팽창하면서 시장이 광기에 휩쓸리는 단계였고, 언제 외부 변수가 시장을 강타해서 시세가 붕괴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던 겁니다.

민스키 모델을 실전 투자에 써먹을 수 있는가?

쭉 살펴보니, 민스키 모델은 비트코인 열풍과 붕괴를 꽤나 잘 설명해주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면 민스키 모델을 가지고 최적의 매수/매도 타이밍을 예측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저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오늘 제가 말씀드린 내용은 사후 분석을 해보니 민스키 모델과 들어맞는 부분이 있었다 뿐이지, 민스키 모델로 예측을 딱히 해보았다는 건 아닙니다. 술자리에서 자기가 재테크 좀 하는 사람이라고 지식을 뽐내는데는 쓸모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실제 트레이딩에 사용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얘기입니다.

사실 민스키 모델의 핵심은 바로 외생적인 충격이 거품을 만들고 또 꺼뜨리는 기폭제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최적의 매수/매도 타이밍을 잡으려면 예측을 위해 어떤 외생 변수가 발생할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할텐데, 투자자들이 과연 시장에 있는 정보만 가지고 이런 외생 변수를 예측할 수 있을까요? 본인이 소위 '내부자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해당 자산을 오래 매매해온 전문가라도 하더라도 쉽지 않을 겁니다. 전업 투자자가 아닌 일반 투자자라면 더더군다나 불가능할 거구요. 따라서, 민스키 모델이 실전 투자에 주는 교훈은 사실 시장을 함부로 예측하려고 하지 마라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민스키 모델이 무용지물인 것은 아닙니다. 민스키 모델은 최소한 지금이 어떤 국면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하는데는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현재 상황에 대한 판단만 서도 할 수 있는게 꽤 있습니다. 보유 자산의 가격이 올랐는데 신용 팽창과 함께 광기가 시장을 휩쓰는 국면이라면 자산을 지금 처분해서 적절한 수익을 실현하면 되고, 외생변수가 분위기를 반전시킨 탓에 시장이 소강상태라면 더 떨어지기 전에 손절하면 됩니다. 안전하게 먹고 빠질 타이밍을 잡을 수는 있다는거지요.

전설적인 가치투자자인 워렌 버핏이 말했듯이, 투자의 제1원칙은 잃지 않는 것입니다. 잃지 않고 적절한 선에서 수익을 실현을 하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서 보면, 민스키 모델은 실전 투자에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Comments

Popular posts from this blog

맥락 기반(Context-aware) 추천 시스템은 어떻게 만드는가?

유튜브 추천시스템 논문 리뷰 Part 2 - Deep Neural Networks for YouTube Recommendations (RecSys 2016)

python standard 라이브러리인 bisect로 이진탐색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