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 (1) - 자산 가격의 버블 형성과 붕괴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찰스 킨들버거라는 분은 1910년 ~ 2003년 사이에 활동하셨던 경제사학자이시구요, 미 재무부에서 일하시다가 국무부로 옮겨서 그 유명한 마셜 플랜(Marshall Plan)을 집행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셨다고 합니다. 이후에는 MIT에서 국제경제학 부문 교수로 활동하시다가 그대로 은퇴하셨구요. 30권 이상의 책을 집필하셨는데,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저서가 오늘 소개드릴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입니다. 초판은 1978년에 나왔는데, 2000년대 초반에 있었던 닷컴버블 붕괴 이후에 중판이 되었다고 하네요.
이 책의 내용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1장. Introduction
2장. 금융위기의 경제적 모델
3장. 경기 확장기의 광기 국면
4장. 광기와 패닉이 통화와 가지는 관련성
5장. 위기 단계의 국내적 측면
6장. 광기의 국내적 확산과 뒤따르는 패닉
7장. 광기와 금융위기의 국제적 파급
8장. 일본-아시아-뉴욕 금융위기의 상관관계
9장. 광기/패닉 국면의 사기 행태
10장~. 정부 및 범세게적 금융기관의 역할
2장에서는 하이먼 민스키(Hyman Minsky)라는 분이 제시한 금융위기의 일반적인 모델이 제시됩니다. 일반적으로 하이먼-민스키 모델이라고 통칭하는 것 같더군요. 3장~9장(8장 제외)은 2장에서 제시된 하이먼-민스키 모델의 각 단계들을 좀더 자세하게 묘사합니다. 8장은 한국인들에게는 악몽같았던 IMF 사태, 혹은 외환위기라고 알고 있는 아시아 금융위기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분석하구요. 10장 이후부터는 정부의 역할과 범세계적 금융기관이 금융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지를 다룹니다. 찰스 킨들버거가 정부에서 오래 일하다보니 이런 고민들을 했던 것 같은데, 저는 정부 차원의 대책보다는 금융 위기의 진행양상 자체에만 흥미가 있었던지라 10장 이후는 읽지 않았습니다.
하이먼-민스키 모델
[출처: 한국경제]
위 그림은 하나의 자산에 대한 버블 형성-붕괴 과정을 하이먼-민스키 모델로 나타낸 것입니다. 버블 형성부터 붕괴에 이르기까지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심리와 행동을 잘 표현하고 있지요. 굉장히 설득력있어보이는 그래프기는 하지만, 위 그래프는 사실 시장에서 일어나는 표면적인 현상만 보여주고 있어 하이먼-민스키 이론을 온전히 표현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찰스 킨들버거에 따르면 하이먼-민스키 이론의 핵심은 가격 상승기에 나타나는 신용 팽창과 하강기에 나타나는 신용 경색(credit crunch), 그리고 위 그림의 '자산 가격 이륙'과 '새로운 논리 탄생'을 일으키는 외부 충격의 존재인데, 그림에서는 이런 부분들에 대한 설명이 없기 때문입니다. 2장의 내용을 타임라인으로 재구성해서 위 그래프와 대응시켜보면 아래와 같이 나타낼 수 있습니다.
좀 더 간단하게 2단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외부 호재가 낳은 가격 상승의 기대감이 신용 팽창에 의해서 증폭되면서 자산 가격에 버블이 낀다.
2. 악재로 인해 자산 가격에 대한 기대감이 반전하고, 가격 하락의 공포와 신용 경색으로 인한 강제 매도가 겹치면서 투매와 폭락으로 이어진다.
차입금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하거나, 갭투자로 부동산을 구매하거나 하는 것도 레버리지를 크게 가져가는 투자이므로 신용 팽창에 해당이 됩니다. 따라서 이런 현상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면 민스키 모델의 설득력이 다소 올라간다고 할 수 있겠지요. 다음 편에서는 한국의 비트코인 열풍과 한국 부동산 시장의 최근 현황을 리뷰하면서 민스키 모델을 적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림. 최근 5년 비트코인 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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